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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그리고 여행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 소정 <현대화랑, 갤러리현대>

이번에 가게 된 곳은 종로의 현대화랑(본관)과 갤러리 현대(신관)이다.

6월 8일, 내가 갔을 때는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소정'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어서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청전과 소정은 겸재나 단원과 같은 조선시대 미술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전통을 이으며 그들만의 화풍을 만들어내어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의 거장으로 불리는 분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초기 작품들부터 말년에 완성한 작품까지 그들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던 이 전시는 서울 종로의 현대화랑에서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작품이, 갤러리현대 신관에서는 소정 변관식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먼저, 처음 도착한 현대화랑에서의 청전 이상범 화백의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일단 나는 한국화를 좋아한다. 사실 흑백만으로 어떠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 수묵화 자체가 신비롭고 흥미가 생긴다. 이는 일본 도쿄에서 본 서예 작품 전시에서 처음 깨달은 것인데 다양한 색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쾌활한 감정, 슬픈 감정, 춤추는 모습을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웠고 대만에 가서도 붓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그림과 같은 글씨를 써내리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아주아주 자유로운 도구와 색과 형태를 통해 만들어내는 작품도 흥미롭지만 아주 제한적인 화폭 하나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전해 가는 수묵화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 작품. 제목을 찍지 못하여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집으로 가는 길과 비슷했던 것 같다. 수정도 어려운 이러한 수묵화에서 붓질 몇 번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한 사람을 귀여우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한 사람을 그려낸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또한 청전의 작품은 한국의 아름다운 산속 마을을 나타내는 작품이 많은데 사실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하나하나 색다른 느낌으로, 다양한 계절의 분위기와 사람을 표현해내는 실력이 놀라웠다.

 

다음은 소정 변관식 화백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 신관으로 넘어왔다. 신관은 본관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금방 보이는 건물이다. 그곳에서는,

"우리는 피동적이 되지 말고 능동적이 되어야 하겠으며,

모방적이 되지 말고 독창적이 되고,

공상적이 되지 말고 현실적이어야만 되겠다."

라고 말씀하신 소정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떤 뜻일까, 나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나대로 해석하여 저 말을 소정에게 대입한다면 그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그의 작품은 능동적으로 우리나라 산수 이곳저곳을 다니며 독창적인 화풍을 뽐내며 현실적으로 실지로 보고 스케치한 그림들을 그리는 모습이다. 그는 그가 한 말씀들 그대로 사셨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금강산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주로 그려내었는데, 그가 말씀하시길, '금강산의 어느 한 부분을 그릴 때마다 그곳의 산세는 물론 바위의 생김생김과 물의 흐르는 방향과 물살의 세기까지 기억하며 그린다'라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인지도 놀랍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력을 가지기 위한 몰입력 또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여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이 상상 간다.

 

 

위의 그림은 신기해서 찍은 것인데 구름이 떠다니는 산 윗자락의 모습을 그렸는데 본래 수채화나 내가 아는 그림들에선 구름을 흰색으로 칠하거나 하늘색과 섞어 표현한다. 하지만 그는 색을 칠하지 않음으로써 구름을 표현해냈다. 물론 그렇게 그린 작품도 보고 그 방법 자체는 조금 익숙하지만 수묵화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몇 번의 붓질로 그렇게 표현해낸 것이 놀랍고 재미있었다.

 

 

위의 사진은 액자가 너무 고급지고 아름다워서 찍은 사진이다. 잠깐 사진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때부터 생긴 행동들인데, 작품을 볼 때 작품말고 캔버스 자체나 액자 혹은 전시방식에 눈이 가게 된다. 그것은 그저 어떠한 물체 하나만을 찍을 때도 빛과 그림자 색감 조도 명도 등을 생각한 것을 안 뒤로는 아주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는 것 자체가 너무 경이롭게 느껴지고 그 세세함을 모두 알아내어 전시를 감상하고 싶다. 특히 액자는, 일본 도쿄 여행을 혼자 갔을 때 사진미술관에 가서 사진전을 관람했는데 그 때 작품마다, 작가마다 다양하고 색다른 액자를 많이 쓴 것이 신기해서 그 이후로 작품을 볼 때 액자를 더 자세하게 보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작품의 크기에 놀라서 찍은 사진이다. 최대한 실제와 닮게 찍고 싶었는데 정말 큰 그림이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이 더 잘 담기는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전시를 보며 꺼림칙하던 게 있었는데 그 이유는 '관동별곡' 때문이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던 관동별곡.. 그래서 아름답게 그려진 금강산이 그리 반갑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아무튼 갤러리현대의 전시가 마쳐간다. 지하 1층의 전시관 한 편에는 빔프로젝터로 소정 변관식 화백의 그림과 실제 금강산의 영상이 교차되며 재생이 되고 있었다.

 

 

이제 막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어 이미 지난 전시를 글 쓰고 있지만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꼭 한 번 현대화랑을 들러보거나 이러한 수묵화 작품을 나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편하게 재미있게 관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현대화랑(본관)에서는 건축 구조를 모티브로 인간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박상숙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 중이기에 한 번 편하게 들러서 관람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 미술관/갤러리의 관람 안내 및 자세한 전시 소개는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 현대화랑, 갤러리 현대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 14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 오전 10:00 ~ 오후 18:00

관람요금 : 무료

오시는 길 :

지하철 :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보도 570m

버스 :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정류장(272, 401, 406, 704, 7022, 7025번 버스) 하차 후 보도 33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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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HYU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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