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 - 대만 타이베이' 도 어느새 마지막 편인 4편이다.
2018년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어떻게 보면 조금 심심했던 4박 5일의 대만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번 편은 마지막 24일과 25일의 여정을 담고 있다.
# 단수이 (淡水)
아마 처음으로 대만에서 지하철을 탔다.
나는 웬만하면 여행을 가서나 색다른 지역에 가서는 버스를 타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지하철은 보이는 장면도 똑같고 완전한 그 지역의 모습이나 느낌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도쿄나 오사카, 혹은 서울에 가서는 지하철을 잘 탄다.
왜냐하면 일본은 지상철이 많기도 하고 지하철 자체의 느낌도 그 나라의 느낌을 잘 전하기 때문이고,
서울은 사람도 너무 많고 교통량도 너무 많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제시간 안에 일정을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넷째날은 지하철을 타고 단수이로 도착했다.
단수이는 물맑을 담에 물 수를 쓰는 한자이다.
그만큼 물이 맑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여수 느낌이려나. (여수는 고울 여, 물 수를 쓴다)
단수이는 타이페이 도심에서 지하철로 40여분 떨어져있는데 그럼에도 인기가 높고 관광지로 유명한 것은 역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것때문에 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도 역시 명작이라고 생각하고 대만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영화라 생각한다.
특히 대만은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맑고 깨끗한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그 나라만의 색깔이 묻어나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이 날 만큼은 나도 관광객답게 홍마오청, 소백궁, 진리대, 타다이키치저택을 들렀다.
# 홍마오청과 영사관저, 진리대학
홍마오청으로 가는 것은 단수이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몇 번을 탔는 지 기억은 안나지만 다른 블로그나 구글맵을 이용하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입장권을 사면 홍마오청과 소백궁 모두 입장 가능했다. 가격은 80달러였다.
확실히 한국인도 잘 보였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홍마오청은 본래 스페인령 포르모사(?)의 총독부였는데 이후 네덜란드인의 소유로 넘어가며 영국 영사관 및 미국 영사관 등으로 사용되다 1980년부터는 중화민국 총통부의 소유가 되어 문화재로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관광지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홍마오청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아치가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영사관저로 홍마오청과 마찬가지로 붉은 색감이 눈에 띈다.
이 곳은 과거 청나라 때 영국의 영사관 건물로 쓰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진리대학교 근처 건물(로 추정되는 곳)이다.
확실히 건물들이 과거에 지어졌음에도 굉장히 매력있었다.
(역시 전시 쪽이 아니면 쓸 말이 줄어들고 관심이 적어진다..)
소백궁으로 가는 길에 햇빛이 너무 예뻐서 찰칵
# 소백궁
구글맵을 잘 따라가다보면 이렇게 표지판이 보인다.
역시 내가 매료되는 대만만의 감성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콘크리트 건축물과 푸르른 자연의 조화랄까.
# 타다이키치 저택
그 다음 향한 곳은 타다이키치 저택이었다.
타다이키치 저택, 그렇게 유명하진 않은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적었다.
그래서 좀 더 여유롭게 잔잔한 물결처럼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저택 앞 정원을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었고
저택 내부에는 풍경(후우링)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중에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대만의 분위기가 좋다.
도쿄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일본에서 느껴지는 너무 차가운 도시 느낌보다는,
중국의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분위기보다는,
사람 사는 느낌나고 콘크리트 건물들로 모던한 느낌이 나면서도
군데군데 많이 보이는 푸르른 기운들이 내 기분을 싱그럽게 해준다.
여행은 즐겁다.
새로운 곳에서 자고 일어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하는 것.
조금 과장을 더하자면 새로운 나로 태어난 기분이다.
여태까지 내가 살아왔던 모습들을 잊고, 아무것에도 속하지 않은 내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지게 된다.
(물론 혼자 여행일 때의 이야기지만)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다른 것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모든 것들을 마주하고 호기심을 꽃피우며 말이 안통하지만 노력하고 만나보고 이야기나누며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다시 돌아온 타이베이메인역,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 곳에서 떠나니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오자마자 처음 카메라를 들고 찍은 풍경이 이곳이다보니 더 새로웠다.
여행은 항상 짧게 느껴진다.
조금 적응을 할만하면 떠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다시 온 공항,
내가 태어나 처음 간 공항은 인천공항으로, 가족들과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접하였고
그 다음은 지인과 함께 간 일본 오사카 여행에서 접하였다.
일단 공항은 매우 크고 거기서 길을 잃거나 가야할 곳을 못 찾으면 계획이 모두 어그러질 수 있어서인지 공항은 나에게 무척 기대되고 흥미로운 공간이면서도 긴장되고 무서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두려움을 깨고 혼자서 접한 공항은 친절하고 재미난 공간이었다.
물론 처음 오는 공항은 어지러웠지만 아주아주 간단한 단어와 손짓발짓으로도 말이 통하였고 모두 웃으면서 나를 도와주었다.
긴장되어 몰래 파파고를 검색해서 준비한 말들이었지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시는 분들은 내 긴장을 풀어주었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공항에서 캐리어를 도르륵도르륵 끌며 걸어나가는 나를 보고싶다.
(돈이 문제다)
언젠가 여행을 갈 기회가 다시 온다면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여행을 가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이 글을 보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도 나처럼 좋은 여행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게을러지는 나를 다잡기 위해 스카이스캐너에서 표를 사고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다보면 금방 여행날짜가 다가온다.
그럼 그때서야 대만 여행 코스나 대만 맛집 등을 찾아보며 여행을 준비한다.
사흘 전 혹은 이틀 전도 괜찮다.
너무 계획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짜도 재미없다.
그저 너무 심심하고 혼란스럽지만 않게끔 계획을 짜고 무작정 떠나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처음 여행을 가는 사람이든 몇 번 여행을 갔던 사람이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경험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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