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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그리고 여행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 - 대만 타이페이 - 3 <타이베이시립미술관, 태북당대예술관>

여행 셋째날, 대만에 어느정도 적응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티스토리에 세번째 글을 쓰는 만큼 글을 쓰는데도 어느정도는 익숙해진 것 같다.

쓰면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사진과 여정 기록이다.

머리로는 기억남아있지만 소소하고 세부적인 사진들이 없어서 아쉽다.

입장료나 버스나 예산이나 이동시간 등,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가 조금 적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잘 기록해 오신 분들이 더 좋은 글들을 만들고 있고

나는 가서 느낀 점과 감상을 제대로 남기려고 다시 다짐해본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 날은 타이베이 시립미술관과 태북당대예술관을 갔다왔고

마지막에는 화산 1914 문화공원을 다시 방문했다.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을 가는 길은 뭔가 미로같았다.

비오는 날이었던 것 같은데 입구에 들어가면 안내해주시는 분이 친절하게 우산을 여기에 꽂고 저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쭉 가면 된다고(인 것 같은 말들을) 해주셨다.

이야기 해 주시는 대로 길을 쭉 따라가다보니 아래 사진과 같은 사진전이 전시중이었다.

(길은 쉽다 그냥 길 나있는대로 가면되고 만약 틀리더라도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민망하지도 않았다)

 

 

사진전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찍은 사진도 별로 없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설명도 외국어라 읽어보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 태북당대예술관 (MOCA Taipei)

 

 

태북당대예술관도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다.

비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굉장히 적었고 아마 전시 교체기간이었는지 짧은 전시 하나만이 진행중이었다.

역시 언어의 한계로 어떤 것을 전하고자 하는지는 잘 깨닫지 못했다.

지금은 중국어를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제대로 중국어를 잘 하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대만을 방문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본 전시는 굉장히 새로웠다.

이 때까지의 나는 평면적인 전시들을 많이 보았는데 어두운 공간에서 빛이 뿜어졌다 닫혔다 했다.

그리고 아래 사진과 같이 3D 프린터를 통한 것도 있었는데 이 역시 새로웠다.

그저 붓과 물감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니라,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서 또 발견하고 발전 중인 기술을 통해서 예술가들이 또 그들의 말을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 역시 알게되었다.

역시 아쉬운 건 결국 그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도 예상이 가지 않는다..

기술의 긍정적인 면일까..

 

 

둘 다 기대한 것보다는 조금 아쉬운 상태로 관람을 마쳤다.

그리고 예상보다 전시가 적고 짧아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저녁을 먹고 또 버스정류장에 가서 이대로 숙소로 돌아갈까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첫 날 본 전시를 또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의 장단점이 모두 나타나는 듯 하다.

혼자 갔기 때문에 너무 심심했고

그러다보니 내가 원하는 곳을 다시 갈 수도 있었다.

그렇게 화산 1914 문화공원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 다시 방문한 화산 1914 문화공원

 

 

역시 좋았고 첫째날에는 한 번 관람하고 영상을 시청하고 다시 관람했으니 거의 4번째 관람인 셈이었다.

첫째날에는 서예와 패션의 콜라보가 놀라웠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나 감탄했다.

옷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無라는 한자가 신기했다.

물론 현재 쓰이지 않는 無의 옛 형태를 본떠 만든 것도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 작품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전시 안내 소책자와 비교하다보면 보였다.

그리고 셋째날 다시 방문하니 이번에는 無가 가진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無는 무엇일까?

없을 무, 없다는 것은 무엇이 마이너스(-)된 상황일 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다.

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에 힘을 주고 싶다.

2n년 산 인생,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물론 더 산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어린 나이겠지만 막상 이 나이의 나는 망설일 것들이 많다.

전공도 선택했고 대학도 왔다.

여기서 새로운 도전이란 후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 또한 잘 안다.

無는 텅 빈 나를 마주하게 한다.

현실적인 것 지금의 나이 지금의 상황 내가 앞으로 마주할 상황들 모두 잠깐 잊고 나에게 빠져들게 한다.

 

 

이 날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나는 전시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곳도 싫었고 어디가지 고민하다가 선택하게 된 것이 미술관과 문화예술공간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아는 사람도 없고 연락도 없이 버스정류장에 덩그러니 앉아있으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정말 좋았고 예술가들이 다양한 도구를 통해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20대가 되었으니 여행을 떠나라, 개같이 벌어서 해외에 나가라, 여행해라,

라고 무작정하는 이야기들은 나도 싫다.

하지만 여행이든 무엇이든 완전히 혼자 있는 시간, 혹은 멍때리는 시간, 고독을 맛보는 시간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휴대폰없기 살기 힘들고 휴대폰은 너무나도 좋은 기계이다.

나 또한 휴대폰없이는 정말 심심하고 금방 다시 휴대폰을 만지곤 하지만 잠깐이라도 텅 빈 시간, 돈이 없다면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없이 카페에 가는 것도 추천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아주 심심할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랬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시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다가도 전혀 없다가도 반복했던 내 인생은 이 날을 터닝포인트로 방향성을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